제 목 : 책임을 따지지 않는 교회 | 조회수 : 1019 |
작성자 : master | 작성일 : 2010-09-06 |
몇 달 전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털사(Tulsa)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린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습니다. 첫날 집회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새벽기도를 위해 시계를 맞췄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알람 시계가 울렸습니다. 손을 뻗어 알람 시계를 껐는데도 소리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상해서 시계를 두들겨 봤지만 알람 소리는 계속 되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저를 깨우며 소리쳤습니다. “여보, 지금 이 호텔에 불이 났어요. 빨리 옷을 입고 나가야 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들은 소리는 알람 시계 소리가 아니라 화재 경보음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재빨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어디에서도 불이나 연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잘못 울린 화재 경보였습니다. 고장 난 화재경보기는 쉽게 꺼지지 않았습니다. 경보기를 끄는 데 1시간이나 걸렸습니다.
1시간 동안 시끄러운 경보음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는데 저는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일찍 일어나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데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면서도 제대로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호텔 측에 화가 난 것입니다. 저는 옆에 있던 아내에게 투덜거렸습니다. 그런데 제 모습과는 달리 주변에 있는 미국인들은 화를 내기는 커녕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보기가 고장 난 것이어서 다행이라며 오히려 기뻐했습니다. 호텔이 잘못한 일이 아니라며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호텔 측에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1시간 후 경보음이 꺼지자 조용히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교회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가리는 데 관심을 가집니다. 건강한 교회는 일어난 사건을 해결할 때 책임 소재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잘못된 것을 방치한 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잡아야 할 것은 바로잡되 잘못한 사람을 비난하고 추궁하는 일에 힘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고, 격려해 주고, 도와줍니다. 때로 저도 책임을 묻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한 번 더 기다려 주고, 참아주고, 안아 주고, 격려해 주고자 노력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행복한 교회로 가는 길에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습니다.
권준 / 시애틀 형제 교회 담임목사, 「우리 교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따」의 저자
"
이전글 : 생명의 역사가 나타나는 교회 | |
다음글 : 남편의 가정의 목자 | |
이전글 다음글 | 목록보기 |